의대 진학은 의사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단추에 불과합니다. 어렵게 의대를 들어갔다 하더라도 입학 후 많은 단계와 평가, 수련과정이 이어지며,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환자를 직접 진료할 수 있는 전문의가 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예과/본과 시절부터 국가고시, 인턴 수련, 그리고 전공의 과정까지, 쉽지 않은 의사가 되는 전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의대생의 삶과 교육 과정
의과대학은 예과와 본과로 나뉘는 의대만의 독특한 6년제 학부과정입니다. 처음 2년인 예과는 교양과 기초과학 중심의 수업이 진행되며, 의학과 직접적인 연관은 적지만, 의학 학습에 필요한 사고력과 학문적 기반을 다지는 시기입니다. 일반 대학처럼 인문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을 배우며, 생물학이나 화학 같은 기초과학 수업도 포함됩니다. 이 시기를 통해 학생들은 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게 됩니다. 본과에 진입하면 의학 전공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본과 1~2학년에는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약리학 같은 기초의학이 중심이며, 이와 병행하여 각 장기별로 질병의 원인과 치료를 배우는 임상 이론 교육도 시작됩니다. 수업은 강의, 실험, 조별 토의, 시뮬레이션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며, 이해도보다는 암기에 비중이 큰 경우도 많아 체계적인 공부법이 필요합니다.
3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병원에서의 실습이 시작됩니다. 학생들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과, 응급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를 로테이션하며 실습에 참여하게 됩니다. 실습은 오전 회진, 환자 면담, 간단한 시술 보조 등으로 구성되며, 일부 병원에서는 실습생에게도 일정 수준의 임상 참여 기회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실습을 통해 현장의 의사 결정 과정을 체득하고, 자신의 진로 방향을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본과 마지막 학년에는 실습과 동시에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매 과목에 대한 정리와 모의고사 풀이가 반복되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국가고시 전용 스터디를 운영하거나 문제은행 기반의 반복 학습을 진행합니다. 이 시기에는 시간 관리와 스트레스 조절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학업 외에도 면허 취득 후 진로를 고민해야 하므로, 다양한 병원 설명회나 선배 인터뷰 등을 통해 진로 탐색도 함께 이루어집니다.
2. 의사 국가고시의 구조와 전략
의과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시험이 바로 의사 국가고시입니다. 소위 국시라 불리는 국가고시는 의사의 자격을 국가가 인정해 주는 마지막 관문으로, 시험을 통과해야만 의사 면허증이 발급됩니다. 매년 1월경에 시행되며, 시험 방식은 객관식 필기시험입니다. 2025년 현재 국가고시는 약 400~500문항의 객관식 문항으로 구성되며, 11개 이상 분야의 임상 및 기초의학 지식이 종합적으로 출제됩니다. 문제는 실제 환자 사례를 바탕으로 진단, 검사, 치료 방향 등을 판단하는 형태가 많아, 임상 추론 능력이 중요합니다. 각 문항의 난이도는 중간 이상이며, 과락 없이 총점 기준으로 합격 점수 이상을 획득해야 합격할 수 있습니다. 준비 기간은 보통 본과 4학년 2학기부터 집중되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국가고시 대비 커리큘럼'에 따라 학습을 진행합니다. 시중에는 국가고시 전용 교재와 문제집이 다양하게 출판되어 있고, 전년도 기출 분석과 반복 풀이가 필수적인 전략으로 활용됩니다. 최근에는 모바일 문제 앱이나 국가고시 대비 인강 플랫폼도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어 이를 활용하는 수험생이 많습니다.
만약 국가고시에 불합격하게 되면 해당 연도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없고, 1년을 기다린 후 재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이로 인해 본과 마지막 해는 상당한 긴장감 속에서 보내게 되며, 시험 기간 전후로 병원 인턴 채용 일정도 겹치기 때문에 체계적인 시간 분배 역시 중요합니다. 국가고시 합격 후에는 보건복지부에서 공식 의사면허를 발급받게 되며, 비로소 ‘의사’라는 직업을 갖게 됩니다.
3. 인턴, 레지던트 등 수련 과정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이후 대부분의 졸업생은 임상 경력을 쌓고 전문 진료능력을 기르기 위해 병원 수련과정에 진입합니다. 첫 단계는 인턴 과정입니다. 인턴은 1년간 다양한 진료과를 돌며 기초 임상 능력과 적성을 확인하는 시기로, 전국 대형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인턴 채용을 진행합니다. 지원자는 이력서와 면접, 성적 등을 바탕으로 선발되며, 일부 병원은 국가고 점수까지 참고합니다. 인턴은 실제 병원 내에서 진료 보조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야간 당직, 응급실 근무, 환자 차트 작성, 회진 보조 등의 업무를 맡습니다. 이 과정에서 각 과의 특성을 직접 경험하며, 자신의 적성과 진로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인턴 성적은 다음 단계인 전공의 지원 시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성실한 근무 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인턴기간을 마친 후에는 자신이 선택한 과에 지원하여 레지던트(전공의) 수련을 받습니다. 수련 연한은 과에 따라 3년에서 4년까지이며, 이 기간 동안 해당 과의 전문의가 되기 위한 임상 역량을 집중적으로 훈련받게 됩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은 4년, 피부과, 안과, 영상의학과 등은 3년의 수련 과정을 거칩니다. 레지던트 시절은 대부분의 의사 경력 중 가장 바쁜 시기로 꼽히며, 주당 근무 시간이 80시간 이상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 기간에는 환자 진료, 수술 참여, 학회 발표, 논문 작성 등 다양한 경험이 병행되며, 수련 마지막 해에는 해당 과의 전문의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이 시험에 합격하면 정식으로 해당 과의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전문의 취득 이후에는 선택할 수 있는 진로가 다양해집니다.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봉직의, 개인 병원을 개원하는 개원의, 연구와 교육 중심의 의학자, 해외 연수 등 각자의 성향과 목표에 맞는 경로를 선택하게 됩니다.
결론
의사가 되는 길은 이와 같이 길고도 험난합니다. 예과, 본과, 국가고시, 인턴, 전공의, 전문의 시험까지 이어지는 복합적인 여정을 모두 거쳐야 하며 남자의 경우는 군입대를 통한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 과정까지 거쳐 30대 중반이 되어야 비로소 환자를 책임지는 전문의가 될 수 있습니다. 의대 열풍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사라는 직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문직입니다. 그러나 의대를 도전하기에 앞서서 의대 진학 후에도 10여 년간 진행되는 수련 과정을 잘 고려하여 선택해야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